실명이 공개된 사람들
(2025.7.6. 조인 목사)
우리 선조들은 본명 외에 평생 여러 이름을 가졌습니다. 예컨대, 아명(兒名)은 질병으로 인해 일찍 죽지 말고 무병장수하라는 뜻에서 아이 때 짓는 이름이었습니다. 남자의 경우, 15-20세가 되면 갓(冠)을 쓰는 성인식을 행하며, 이때부터는 아명을 버리고 관명(冠名)을 사용했습니다. 자(字)는 결혼한 남자가 편하게 부를 수 있도록 본명 대신에 짓는 이름으로써 형제간의 돌림자가 그 예입니다. 호(號)는 본명이나 자 대신에 부르는 이름으로써, 이황의 호는 퇴계였으며, 조선 후기의 추사 김정희의 경우 알려진 호만 해도 500개가 넘습니다. 특히 시호(諡號)는 임금이 망자의 공덕을 찬양해 내린 이름으로써 이순신 장군의 시호는 충무입니다.
가명(假名. pseudonym)은 사람의 본명 대신 불리는 이름으로써 대표적인 가명은 별명(nickname)입니다. 별명은 보통 그 사람의 본명을 변형하거나, 혹은 키, 몸무게, 얼굴 생김새, 특징적인 행동 등에서 따오는 이름으로써 때로는 상대를 비하하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또한 가명에는 연예인들이 자신의 신변을 보호하거나 좋은 기운을 받기 위해서, 혹은 단지 예쁘게 보이기 위해서 사용하는 예명(藝名)과 작가들이 사용하는 필명(筆名, pen name)이 있습니다. 특히 요즈음 인터넷의 발달로 사람들이 온라인상에서도 본명 대신 사용하는 온라인 이름(online alias)은 자기의 실제 이름을 감춘 채 타인을 비방하는 일에 악용되기도 합니다.
바울 사도는 빌립보교회에 편지를 쓰면서 자신의 선교사역을 위해 재정적으로 후원해 준 성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선교적인 교회에도 내부적인 문제가 있는바, 특히 성도들의 마음이 하나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에 바울은 옥중에서 쓴 편지에서 빌립보교회 성도들이 마음을 하나로 모으기를 간절히 바랐는데, 놀랍게도 그는 문제를 일으킨 성도들의 실명을 언급했습니다. “내가 유오디아를 권하고 순두게를 권하노니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으라.”(빌4:2) 우리의 상식으로 미뤄볼 때 바울의 편지를 읽은 성도들, 특히 유오디아와 순두게는 같은 마음을 품기는커녕, 오히려 마음이 상하여 교회를 떠났을 것입니다.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그들의 호인지 가명인지는 모르나 바울은 그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이 분명합니다. 바울이 실명을 공개했음에도 그들은 불쾌하거나 창피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들의 잘못을 회개하고 같은 마음을 품음으로써 더욱 충실한 교회의 주춧돌이 되었을 것입니다. 유오디아(Euodia)는 ‘순조로운 여행’이라는 뜻이며, 순두게(Syntyche)는 ‘행운의 기회’라는 뜻인바, 그들은 바울의 권면을 오히려 하나님이 주신 기회로 삼아 새로운 신앙의 여행을 떠났을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의 실명도 생명책에 기록되었다면 하나님이 우리의 실명을 공개하실 때마다 위기를 새로운 여행의 기회로 삼아 믿음의 진보를 이루어야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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