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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주보칼럼) 고난이 좋다고요? (5/18)

패인초 2025. 5. 18. 08:14

고난이 좋다고요?

(2025.5.18. 조인 목사)


 

시편 119편은 소위 답관체로 지어진 시입니다. 답관체(踏冠體. acrostic) ‘관(머리)을 밟아가는 문체’로써, 쉽게 말하면 머리 장단을 맞추는 문체입니다. 답관체 시는 하나의 시에서 행(line)이나 연(stanza)의 첫머리에 알파벳 순서로 된 단어가 규칙적으로 등장하도록 배열한 정형시입니다. 히브리어에는 총 22개의 알파벳이 있는바, 이 알파벳이 각 연의 첫 단어의 첫 알파벳이 되도록 배열한 시편 119편은 22개의 연이 있으며, 각 연마다 8개의 행이 있으므로 총 176개의 행(22x8), 즉 총 176개의 절이 있는 긴 시입니다. 이러한 히브리어 답관체시는 이 외에도 시편 25, 34, 37, 111, 112, 145편, 예레미야애가와 잠언 등에도 등장합니다.

 

시편 119편 65-72절은 22개의 히브리어 알파벳 중에서 9번째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9번째 연으로써, 65절의 첫 단어는 9번째 알파벳인 ‘토트’로 시작하는 ‘토브’라는 단어입니다. ‘토브’는 좋다(good)는 뜻으로써, 하나님께서 창세기에서 친히 창조하신 천지와 만물을 보시고 심히 좋았다(=토브)고 말씀하실 때 사용된 그 단어입니다. 시편 119편의 저자는 무엇이 좋다고 노래합니까? “여호와여 주의 말씀대로 주의 종을 선대하셨나이다.”(119:65). 여기에서 ‘선대하다’는 단어가 ‘토브’인바, 시인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그의 말씀으로 매우 선하게(좋게) 대하셨음을 고백합니다. 그러면 하나님은 어떤 방식으로 시인을 좋게 대하셨습니까?

 

시인은 생뚱맞게 고난을 예로 듭니다.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119:71) 여기에서 ‘유익’이라는 단어 역시 ‘토브’(good)로써, 시인은 그가 당한 고난이 좋았다고 고백합니다. 고난이 좋은 이유는 하나님께서 시인을 선하게 대하시는 방식이 고난이며, 고난은 결국 유익한 결과를 낳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과 고난은 선한 것입니다. “주는 선하사(=토브. good) 선을 행하시오니(=토브. good) 주의 율례로 나를 가르치소서.”(119:68) 고난 자체는 좋은 것이 아니지만 하나님이 선하시다면 그가 주시는 고난의 목적도 선한 것이기에 고난은 유익한 결과를 낳는 선한 것입니다.

 

시편 119편은 답관체이면서, 176개의 절마다 ‘말씀’을 뜻하는 단어가 들어있는데(90, 112절 제외), 이는 고난에 관한 하나님 말씀의 정확성을 보여줍니다. 말씀으로 이 세상을 창조하신 하나님께서 고난을 포함하여 각 사람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정확하게 계획하고, 실행하십니다. 그러므로 꼭 필요할 때 정확한 양과 질의 고난을 통해서 우리가 죄를 깨닫고, 회개하게 함으로써 우리를 유익하게 하신다는 하나님의 약속(말씀)을 믿는 자에게 고난은 선한 것입니다. 그나저나 매 주일 쓰는 이 주보 칼럼도 항상 4개의 연(단락)에 각각 8개의 행이 있는 총 32행의 글인데, 이처럼 형식의 정확성을 지키는 것도 고난이지만 내게는 선한 고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