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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주보칼럼) 어머니와 추도예배 (9/22)

패인초 2024. 9. 22. 11:14

어머니와 추도예배

(2024.9.22. 조인 목사)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교회는 대한민국에 있습니다. 한때는 건물의 규모도 세계 최대였지만 현재는 한국에만도 건물이 더 큰 교회가 여럿 있기에 건물의 규모로는 최고가 아닐지라도 이 교회의 현재 등록 교인의 수는 여전히 세계 최고입니다. 또한 이 교회를 1958년에 천막교회로 시작한 목사는 이미 고인이 되었음에도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목회자와 성도의 존경을 받고 있으며, 그의 목회와 교리가 담긴 그의 저서는 지금도 수많은 교회의 개척과 성장에 관한 교과서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532개의 교회를 개척했으며, 63개국에 총 573명의 선교사를 파송했으며, 대학교와 언론사 등을 설립, 운영하고 있는바, 이 세상을 향한 이 교회의 영향력은 가히 세계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에는 이 교회를 개척한 고인의 3주기 추모예배가 있었습니다. 세계 최대의 교회당을 가득 메운 검은색 옷을 입은 성도와 유가족 등 12,000명의 참석자는 고인을 그리워하며 그의 업적을 기렸으며, 그의 생전 가르침을 따라 복음 전도와 사랑의 실천에 매진할 것을 다짐했습니다. 또한 지난 14일 고인이 세운 신학교에서는 그의 제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고인을 추모하는 예배를 드렸는데, 우리가 예상하듯이 추모예배에는 고인의 생전 모습과 육성이 영상으로 소개되었으며, 고인을 추모하는 말과 노래가 울려 퍼졌습니다. 고인에 대한 추모예배는 지난 12일 대만의 한 교회에서도 거행되었는데, 현지 목회자와 성도만 아니라 한국의 관계자 등 약 1,500명이 참석하여 고인을 추모했습니다.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교단이 9월에 총회를 개최하는데 지난 911일에 총회를 폐회한 한 교단은 새로이 선출된 임원들이 첫 일정으로 성묘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보통 한국의 정치인들이 당선되면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을 방문하는 것과 같은 이유인데, 총회장을 비롯한 교단의 임원들은 교단과 교단 신학교의 발전에 초석을 놓은 이미 고인이 된 전 총회장의 묘를 찾아 고인의 뜻을 기렸습니다. 대부분 고인의 제자들인 임원들이 스승의 가르침을 계승하여 교단과 신학교를 발전시키고, 앞으로 이러한 전통을 계속 이어갈 것을 다짐하는 것은 후배 목회자와 신학생들에게 큰 감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국교회의 성장과 신학교의 발전에 큰 공을 세운 고인들의 업적을 기리는 뜻깊은 행사에 찬물을 끼얹을 마음은 전혀 없지만, 왜 이런 행사에 예배라는 단어를 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첫 번째의 행사는 추모예배라 불렀고, 두 번째의 행사는 성묘예배라 불렀는데, 왜 죽은 자를 기리는 행사를 예배라 부를까요? 오직 살아계신 하나님만이 예배의 대상이 되어야 함을 목회자와 신학생들이 모를 리 없건만, 죽은 자를 그리워하며 그의 업적을 말과 노래로 칭송하는 행위를 예배라 일컫는 것은 하나님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 없습니다. 비단 대형교회와 교단만의 문제일까요? 그나저나 이번 주의 목요일은 내 어머니의 기일인데, 뭘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개혁교회의 목사는 목회도 효도도 모두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