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라지세일과 그림성경
(2024.11.10. 조인 목사)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주말에 길거리를 지날 때 집 앞이나 전봇대 등에 붙은 거라지세일이나 야드세일 사인판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물품을 판매하는 장소가 주택의 창고나 주차장(garage) 앞일 때는 거라지세일이라 하고, 마당(yard)일 때는 야드세일이라 하지만 사실상 집 앞에서 실시하는 판매이므로 두 용어가 혼용되기도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가격표를 붙이고 떨이로 판다고 해서 태그(tag)세일이라고도 하고, 이사하기 전의 세일이라고 해서 무빙(moving)세일이라고도 합니다. 사람들이 거라지세일을 하는 목적은 이사하기 전에 물품들을 정리하거나 봄이나 가을을 맞이해서 집 안을 청소하기 위해서, 때로는 특별한 목적을 위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교회는 11월 첫째 토요일인 지난 2일에 선교를 위한 거라지세일을 실시했습니다. 지난 4월에 교회를 통합한 이후 교회당 안에 산재해 있는 물건들을 정리할 뿐만 아니라, 성도들의 단합을 위해 실시한 측면도 있지만 거라지세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교였습니다. 그러나 처음에는 용어 때문에 고민이 컸습니다. 교회의 주차장을 거라지라고 이해하면 거라지세일이라 칭해도 별문제가 없겠지만, 개인의 주택에 딸린 출입문이 있는 주차장은 아니기에 맞는 용어인가 궁금했습니다. 그러다가 음식도 만들어서 팔기로 했기에 한국식 바자회라고 칭하다가 음식 판매는 하지 않기로 했고, 교회당 앞의 큰 마당에서 실시하는 세일이므로 최종적으로 야드세일이라 칭했습니다.
사실 용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교우들이 매주 조금씩 집안의 물건들을 교회로 가지고 오는 마음이 중요하며, 무엇보다 세일 당일 새벽부터 교회에 와서 물건들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일에 동참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또한 사전에 광고 사인판을 만들어 교회당 안팎과 주변에 붙이는 마음도 중요하고, 수고하는 분들을 위해 식사와 간식을 준비하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설령 몸으로는 함께하지 못했을지라도 기도하면서 마음으로 동참하는 마음이 중요한데, 모든 교우가 이처럼 한 마음으로 거라지세일에 임했던 이유는 오직 선교를 위한 열정 때문이었습니다. 쌀쌀한 날씨에 살짝 비가 내렸기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철수했지만 우리는 모두 한 마음으로 선교에 동참했습니다.
우리 교회가 소속된 미주한인예수교장로회(KAPC) 가주노회는 지난 9월의 가을노회 때 노회에서 파송한 캄보디아 선교사에게 특별헌금을 보내기로 결의했습니다. 선교사는 미국에서 출판된 어린이용 그림성경을 캄보디아어로 출판하기로 했는데, 1권당 10불이 소요되는 이 일에 노회 산하의 모든 교회가 동참하기로 결의하였기에 우리 교회도 금번 거라지세일의 수익금 중 일부를 노회를 통해서 선교사에게 전달했습니다. 이처럼 모든 교우의 작은 수고로 인해 먼 나라에 있는 어린이들이 현지어로 제작된 그림성경을 통해서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다면 이보다 더 보람찬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이번 선교를 위한 거라지세일에 동참하신 교우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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