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종교가 똑같다?
(2025.3.23. 조인 목사)
해마다 2월이면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정치인과 외교관, 기업인 등이 참석하는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립니다. 올해 2월에 열린 이 기도회는 지난 1월 미국의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의 4년 임기 첫해의 기도회였기에 기독교인들의 관심이 컸습니다. 이 기도회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은 하나님을 신뢰할 때 다시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으며, 특히 “화평케 하는 자는 복이 있다.”는 성경 말씀을 인용하면서 평화로운 미국 건설을 강조했습니다. 이를 위해 그는 백악관에 대통령 가족과 직원들을 위한 예배실 재설립, 대통령 직속의 종교자유위원회 신설, 반기독교 차별을 근절하기 위한 태스크포스 운영 등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현실은 그다지 평화롭지 못한 듯합니다. 당장 국가조찬기도회 자체가 기독교라는 특정 종교 중심의 행사이며, 미국의 헌법이 명시한 정교분리 원칙을 위배한다는 이유로 이 기도회를 반대하는 주장도 있습니다. 또한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 등의 조사에 의하면 미국인의 60-70%가 개신교인이기에 대통령의 이러한 친기독교적 발언과 정책들은 개신교인들의 표심을 사기 위한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많습니다. 특히 타 종교나 인권 단체 등은 트럼프 행정부의 개신교 우선주의 정책들이 오히려 미국에서의 종교의 자유와 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2016년 2월 자신의 임기 마지막 해에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한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모든 종교를 초월하여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서 당시 민주당의 원내대표는 성경 요한복음에 나오는 황금률, 즉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미국인들은 이웃을 자기 몸처럼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원내대표는 성경만 아니라 유대교를 의식하여 토라(Torah)를, 그리고 이슬람교를 의식하여 모하멧을 인용하며 이웃 사랑을 강조했는데, 이는 미국 내의 모든 종교는 서로 존중하는 마음으로 화합해야 하며, 특히 모든 사람은 종교를 초월하여 서로 사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자칫 사랑을 이유로 모든 종교가 똑같은 구원의 종교라고 말하면 곤란합니다. 기독교는 사랑의 종교가 맞지만, 대속자 예수를 통한 구원의 종교라는 점에서 유대교와 이슬람교, 불교와 다릅니다. 다른 모든 종교의 사랑은 단지 다양성과 평등성과 포용성에 기초한 인간 중심의 사랑이지만, 기독교의 사랑은 구원을 베푸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수단으로서의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마땅히 다른 종교를 존중하되 하나님의 유일성과 거룩성까지 훼손하는 사랑이라면 우리는 사랑 대신에 정의를 선택해야 합니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 때 목사, 신부, 랍비, 이맘이 기도하는 것은 그나마 평화를 위한 자구책이라고 이해하고 싶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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