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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주보칼럼 ) 사순절이 40일인 이유 (4/6)

패인초 2025. 4. 6. 08:02

사순절이 40일인 이유

(2025.4.6. 조인 목사)


 

지금은 소위 사순절(Lent) 기간입니다. 사순절은 부활절을 앞두고 40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을 묵상하며 경건하게 보내는 교회력의 절기입니다. 해마다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 시작하는 올해의 사순절은 지난 3월 5일에 시작했으며, 부활절 전날인 4월 19일에 끝나는데, 이 6주간의 기간 동안 교회는 금식과 금욕, 회개와 구제, 선행 등에 힘씁니다. 사순절의 유래는 명확하지 않으나 초대교회부터 지켜오다가 제1차 니케아 공의회(AD325년)에서 부활절과 함께 교회의 공식적인 절기로 정하여 지금까지 지켜오고 있습니다. 사순절은 개신교회뿐만 아니라 로마 카톨릭교회와 동방정교회에서도 지키는 절기입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사순절이란 절기는 없습니다. 사실 교회가 지켜야 할 절기라는 것 자체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늘날 교회는 대강절, 성탄절, 주현절, 사순절(종려주일, 고난주간 포함), 부활절, 성경강림절(오순절)을 지키며, 한국교회는 여기에 맥추절과 추수감사절까지 더하여 지키고 있지만 이러한 절기들은 그저 교회의 전통일 뿐 성경적인 근거는 전혀 없습니다. 예수님의 탄생을 시작으로 해서 그의 구속 사역과 관련해서 이러한 절기들을 지킨다고는 하지만 예수님께서 그런 날들을 지키라고 명하신 적이 없으며, 무엇보다 예수님 자신이 구속 사역의 모형으로 주어진 구약의 모든 절기와 제사들을 친히 다 성취하셨기 때문입니다.

 

복음의 실체인 예수님을 믿는 교회가 오늘날 이미 그가 다 이루신 일들을 절기라는 명목으로 붙잡는 것은 그래서 비성경적입니다. 초대교회 성도들은 구속 사역을 성취하신 예수님의 부활의 날, 즉 주일만을 유일한 절기로 지켰으니, 이것이 곧 종교개혁의 정신이었습니다. 이런 이유로 사순절 역시 교회의 절기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사순절이라는 절기가 있는지도 모르는 성도가 있음을 개탄하면서 재의 수요일에 실제로 종려나무 가지를 태운 시커먼 재로 성도의 이마에 십자가를 그려주면서 이것이야말로 참 회개의 표이며, 참 구원에 대한 성령의 인침이라고 가르치는 개신교회 목사가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개탄스럽습니다.

 

사순절에는 일요일이 포함되지 않습니다. 재의 수요일에 시작되는 사순절의 정확한 날짜 수는 46일이지만 이 기간에 끼어 있는 6번의 일요일을 뺐기 때문에 사순절이 된 것인데, 주일은 기쁨과 승리의 날이기에 고난과 참회 등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뺐습니다. 여기에 벌써 답이 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대한 묵상과 회개와 선행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다만 기쁨과 승리의 주일이 이미 우리에게 있으며, 사실 매일매일 주의 날인데, 굳이 특정 기간을 정하여 고난에 동참하고 회개하겠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복음의 정신을 이탈한 넌센스입니다. 정말 교회가 무엇부터 회개하고 개혁해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