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볼과 공짜 커피
(2025.2.16. 조인 목사)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는 올림픽대회이며,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참여하는 스포츠 행사는 월드컵 축구대회일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이라는 한 국가에서, 그것도 한 종목만으로 치러지는 세계 최대의 스포츠 행사는 단연 슈퍼볼(Super Bowl)입니다. 미식축구(NFL)의 내셔널 풋볼 컨퍼런스(NFC)와 아메리칸 풋볼 컨퍼런스(AFC)의 우승팀이 대결하는 결승전인 슈퍼볼은 매년 2월의 둘째 일요일에 열리는데, 이날은 추수감사절 다음으로 음식의 소비가 가장 많을 정도로 온 미국인이 열광하는 미국 최고의 스포츠 행사입니다. 특히 야구(MLB)와 농구(NBA), 아이스하키(NHL)의 결승전이 7전4선승제인 것과는 달리 슈퍼볼은 단판 승부이기 때문에 어느 결승전보다 경기의 긴장감을 최고로 느낄 수 있는 행사입니다.
지난 일요일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에서 열린 제59회 슈퍼볼에서는 필라델피아 이글스(Eagles)가 캔자스시티 치프스(Chiefs)를 40대22로 이기고 우승함으로써 2년 전 슈퍼볼에서 역전패당했던 같은 팀 캔사스시티에 설욕했습니다. 또한 지난 1월에 취임한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참석하여 관중들로부터 환호와 야유를 동시에 받았던 이번 슈퍼볼의 TV 광고비는 30초에 무려 8백만 달러였으며,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최고의 광고가 인공지능기업인 OpenAI가 제작한 ‘지능 시대’(The Intelligence Age)일 정도로 이번 슈퍼볼은 챗GPT를 사용하는 지능의 시대가 이미 도래했음을 알리는 행사였습니다.
그러나 미국에서 20년을 넘게 살고 있지만 아직도 내게는 미식축구가 이해하기 어려운 스포츠입니다. 그나마 아들이 집에 있을 때는 아들의 설명을 들으며 집에서 함께 슈퍼볼을 시청했지만, 그조차도 지금은 아들이 대학에 진학하여 집을 떠나고 없기에 나보다도 슈퍼볼에 대해서 더 모르는 아내와 단둘이서 슈퍼볼을 시청할 리가 없습니다. 어느 한인교회의 영어권 회중은 그들의 목사를 청빙할 때 후보자에게 미식축구에 대해서 이것저것 물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미국에서 태어난 2세들을 잘 이해하려면 목사가 미식축구를 잘 알아야 한다는 뜻인바, 영어도 못 하고 미식축구도 잘 모르는 나는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슈퍼볼이 열린 다음 날인 지난 월요일 커피전문점인 스타벅스에서 전날의 경기를 보느라 피곤했을 팬들을 위해 무료 커피를 제공했기에 기분이 좋았습니다. “No matter who wins Sunday, we all win Monday.”라는 무료 커피 광고처럼, 미식축구에 대해서 잘 모르는 마당에 어느 팀이 이기든 기분 좋게 공짜 커피를 한 잔 마신 내가 지능 시대의 지능적인 승자입니다. 그러나 공짜라면 무조건 좋아하는 나 자신이 좀 우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했지만, 내년에도 같은 회사에서 공짜 커피를 주는지 챗GPT에게 물었더니 아주 지능적으로 딱 50%의 가능성만을 말하기에 일단 절반만 한심한 목사가 되어서 그나마 다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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