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절과 느헤미야
(2025.3.2. 조인 목사)
올해로 3.1운동은 106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19년 3월 1일 정오에 민족 대표 33인이 일제의 압제에 항거하여 독립 선언서를 낭독함으로써 시작된 평화적 3.1운동은 삽시간에 대한민국 전역은 물론, 만주와 연해주, 일본을 넘어 미주까지 확산하여 대한민국이 1945년에 일제로부터 해방되는 일에 큰 기폭제가 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본 총독부는 군대와 경찰을 동원하여 전국 각지에서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거나 투옥했지만, 3.1운동은 간디의 비폭력 저항운동에도 큰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세계사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기 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1949년에 3월 1일을 국경일로 지정해서 3.1운동을 지금까지 기념하고 있습니다.
미국에 사는 동포들에게도 3.1운동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당시 이승만, 안창호, 서재필, 박용만 등과 같은 인물들이 미주 지역에서 활발하게 독립운동을 전개한 결과 1919년 4월 중국 상해에 대한민국의 임시정부가 수립되었습니다. 또한 LA 인근의 리버사이드에는 안창호 선생이 세운 미주 최초의 한인타운이라 할 수 있는 파차파(Pachappa) 캠프가 사적지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해마다 미주 지역에서도 3.1절 기념행사를 펼쳐지는바, 특히 부모 세대는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2세, 3세 자녀에게 3.1운동의 역사와 정신을 마땅히 가르쳐야 하겠습니다.
조국의 역사를 생각하노라면, 구약 이스라엘의 역사가 떠오릅니다. 450년 이상 존재하던 나라가 앗수르와 바벨론과 같은 외세에 의해 멸망한 것이 일본에 의해 패망한 한국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또한 페르시아 제국의 왕에 의해서 포로들이 석방되어 조국 이스라엘로 돌아가게 된 상황도 한국의 해방과 닮았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기독교인들은 알게 모르게 한국과 이스라엘을 동일시하며, 성경에서 특히 출애굽과 바벨론 귀환, 다니엘 등과 같은 사건이나 인물들로부터 유독 큰 위로를 얻는 것 같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한국의 민족주의는 서양 종교인 기독교를 배척하기보다는 오히려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느헤미야는 대단한 애국자였습니다. 페르시아에서 태어났으나 유대인의 피가 흐르는 그는 아닥사스다 왕의 허락을 받고 이스라엘에 가서 무너진 예루살렘 성벽을 재건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느헤미야를 보면서 한국의 기독교인들도 조국에 대한 애국심을 키워야 할까요? 만약 일본 기독교인들이 느헤미야에게서 애국심을 배운다면, 한국 기독교인들은 그들의 성경해석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모든 기독교인은 마땅히 조국을 사랑해야 하겠지만, 성경의 역사를 자기 조국의 입장에서만 해석하는 것은 아무래도 기독교와 민족주의의 잘못된 만남인 것 같습니다. 하나님은 민족주의자가 아니라, 오히려 어떤 민족의 악이라도 반드시 징벌하는 심판자이심을 인식할 때 비로소 기독교와 민족주의는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
'미디어 | Media > 담임목사칼럼 | Pastor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임목사주보칼럼) 제직(諸職), 교회의 직원 (2/23) (0) | 2025.02.23 |
---|---|
(담임목사주보칼럼) 슈퍼볼과 공짜 커피 (2/16) (2) | 2025.02.16 |
(담임목사주보칼럼) 가나안의 양면성 (2/9) (0) | 2025.02.09 |
(담임목사주보칼럼) 오복⋅육복⋅칠복 (2/2) (0) | 2025.02.02 |
(담임목사주보칼럼) 죄인들이 모이는 교회 (1/26) (1) | 2025.01.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