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감스러운 대강절
(2024.12.1. 조인 목사)
“주님을 기다리는 대림절 기간입니다.” 이는 몇 해 전 한국의 한 기독교 기관으로부터 받은 그해 12월호 뉴스레터 안내문의 첫 문장입니다. 그러나 평소 이 기관의 뉴스레터를 통해서 기독교 전반에 관한 유익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었던 터라 이 기관에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안내문의 첫 문장을 읽는 순간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장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기관의 이름이 바로 ‘바른교회xxxxxx’였기 때문입니다. 이유인 즉, 소위 교회의 개혁을 표방하는 기관에서 대림절을 운운하는 것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뉴스레터를 발송하는 직원 개인의 신앙이거나 단순 실수였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대림절(待臨節)은 강림절(降臨節), 일반적으로는 대강절(待降節)이라고 부르는데,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다리는 절기’라는 뜻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그의 탄생을 의미하는바, 대강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다리는 약 4주간의 기간입니다. 대강절(Advent)은 ‘도착’을 의미하는 라틴어 ‘adventus’에서 유래했으며, 대강절의 시작일은 성 안드레의 축일인 11월 27일 이후의 주일이며, 성탄절까지 총 4번의 주일이 포함됩니다. 대강절은 6세기 중엽 그레고리우스 1세 황제(540-601) 때부터 지키기 시작했는데, 대강절에 사람들은 등불이나 모닥불 등을 사용하여 예수의 탄생을 준비했으며, 심지어 금식을 강조하거나 결혼을 금하는 풍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12세기에 들어서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의 범위가 더욱 확장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은 단지 과거 베들레헴에서의 탄생만 아니라, 현재 신자의 마음에 오심, 더 나아가서 미래의 재림주로 오심까지도 포함하는바, 오늘날 기독교에서 지키는 대강절은 예수의 초림은 물론, 재림까지도 준비하며 기다리는 절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성탄절을 준비하는 대강절은 부활절을 준비하는 사순절과 닮았습니다. 다만, 사순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죽음에 동참한다는 의미에서 회개와 금식을 강조하는 무거운 분위기의 절기라면, 대강절은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준비하며 축하한다는 의미에서 기쁘고 밝은 분위기의 절기라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그러나 이미 2천 년이나 지난 예수님의 탄생을 지금 또 준비해야 할까요? 예수님의 성육신의 의미를 되새기는 일은 매우 중요하지만, 굳이 기간을 정해서 되새겨야 할까요? 예수님의 재림 역시 굳이 기간을 정해서 준비하며 기다릴 이유가 없습니다. 사도 요한은 일찍이 대강(待降)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녀들아 이제 그 안에 거하라 이는 주께서 나타내신바 되면 그의 강림하실 때에 우리로 담대함을 얻어 그 앞에서 부끄럽지 않게 하려 함이라.”(요일2:28) 성도는 이런 대강의 마음을 평생 지녀야 하며, 특히 예수님의 재림을 대망하는 날인 주일에 그리해야 합니다. 대강대강 살면 좋겠지만 개혁주의적인 바른 교회를 추구하다 보니 대강절은 아무래도 좀 유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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