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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주보칼럼) 개혁교회와 수정교회 (12/8)

패인초 2024. 12. 8. 09:13

개혁교회와 수정교회

(2024.12.8. 조인 목사)


 

미국 남가주 오렌지카운티의 가든그로브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수정교회(Crystal Cathedral)가 있습니다. 로버트 슐러(Robert Schuller. 1926-2015) 목사가 1995년에 단돈 500달러를 가지고 개척했으며, 1977-1980년에 건축한 수정교회는 당시 총 1,700만 달러의 건설 비용에 걸맞게 최대 2,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예배실 안에는 전혀 기둥이 없으며, 8.0도 이상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 설계되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정교회는 10,000개의 직사각형 유리 창문으로 이루어진 외관과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오르간, 건물 밖에서도 자동차 안에서 예배할 수 있는 Drive-in용 대형 스크린으로 유명하여 지금도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관광지입니다.

 

그러나 교인 수가 수만 명에 달하는 이 세계적인 수정교회가 지난 2010년에 망했습니다. 교회가 1억 달러의 부채 때문에 파산을 신청하고, 결국 문을 닫았으니 망했다는 표현이 맞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부자교회가 왜 망했을까요? 교회가 망한 것을 기뻐할 이유는 없지만 이 세상의 로컬 교회는 부흥할 수도 있고, 망할 수도 있기에 어느 한 교회의 흥망성쇠에 대해서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교회에서 제공하는 각종 프로그램의 수준은 웬만한 TV 방송국보다 뛰어나며, 성탄절과 부활절 행사는 라스베가스의 쇼를 방불케 할 정도로 호화스러움을 자랑하던 교회가 돈 때문에 망했다는 것은 교회가 돈을 추구하면 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상기시킵니다.

 

슐러 목사가 소위 번영신학의 대표적 인물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슐러 목사의 목회철학인 교회를 기업으로, 선교를 비즈니스로, 신자들을 고객으로는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철학이라고 말해야 옳음에도 전 세계의 수많은 목회자가 그의 경영을 배우기 위해 그의 설교와 책, 방송을 연구했으며, 그를 모방하여 목회했습니다. 슐러 목사가 전하는 긍정의 힘과 적극적 사고는 수많은 사람에게 부와 성공에 대한 희망을 불어넣었기에 충분했으며, 실제로 수정교회도 부와 성공을 쟁취했습니다. 그러나 슐러 목사의 아들과 딸이 차례로 담임목사직을 승계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갈등과 장기 불황, 방만한 교회 운영 등이 겹쳐 마침내 교회는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호세아 선지자는 우상숭배의 죄에 빠진 이스라엘 백성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열매 맺는 무성한 포도나무라 그 열매가 많을수록 제단을 많게 하며 그 땅이 아름다울수록 주상을 아름답게 하도다.”(10:1) 이스라엘 백성은 포도나무의 열매가 많을수록, 즉 부와 성공을 누릴수록 우상을 숭배하다가 앗수르제국에 의해 멸망했던바, 오늘날 수많은 교회가 부와 성공을 누릴수록 우상을 숭배하다가 하나님의 심판을 받습니다. 현재 수정교회는 카톨릭교회에 팔려 그리스도 대성당(Christ Cathedral)이 되었는데, 미국의 대표적 개혁교단(RCA)의 목사였던 슐러 목사가 처음부터 교회 이름을 굳이 대성당(cathedral)이라고 지었던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