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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칼럼 )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 (4/21)

패인초 2024. 4. 21. 11:52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

(2024.4.21. 조인 목사)


명절에 고향에 내려갔더니 부모님이 살던 집이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서울에 사는 박모 씨는 지난 202310월 추석 때 부모님이 살던 부산 기장군을 찾았다가 사라진 부모님의 집을 찾지 못하는 황당한 경험을 했습니다. 해마다 찾는 집의 위치조차 찾기 힘들었던 이유는 집이 있던 바로 그 자리에 이미 아스팔트 포장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주택은 박 씨의 부모님이 1968년에 지은 이후 계속 거주하다가 몇 년 전에 사망하면서 소유권이 아들인 박 씨에게 넘어갔으며, 그동안 이 집은 빈집으로 남아있었던 상황에서 아들은 명절이나 부모의 기일 때마다 이 집을 찾아 부모에게 제사를 지냈습니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실수로 부모님에 대한 아들의 추억이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황당한 일은 또 있습니다. 20234월 광주의 한 철거업체가 주소를 착각해 멀쩡한 남의 집을 철거했습니다. 철거업자가 앞집과 뒷집의 주소를 착각하는 바람에 지금까지 잘살고 있던 한 노부부의 집이 졸지에 사라졌는데, 철거업체와 하청을 받아 실제로 집을 철거한 철거업자는 서로 책임을 떠넘겼는데, 이로 인한 경제적, 정신적 피해와는 별개로 노부부의 추억이 통째로 사라졌습니다. 지난 2023년 미국의 조지아주에서도 하루아침에 멀쩡한 집이 사라졌습니다. 한 가족이 휴가를 떠난 사이에 한 철거업체가 역시 집의 주소를 착각하여 엉뚱한 집을 철거했는데,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이유를 물었을 때 업체가 주소를 한 번이라도 더 확인했다면 이런 황당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학생은 아침에 학교에 갔다가 오후에 집으로 돌아오고, 직장인은 아침에 출근했다가 저녁에 집으로 돌아옵니다. 아무리 멋지고 아름다운 곳을 여행할지라도 돌아갈 집이 없다면 그 여행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을 것이며, 돌아갈 집이 없는 군인에게는 휴가조차 달콤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의 인생 전체를 생각하더라도 우리에게 돌아갈 집이 있다는 것은 매우 행복하며,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우리는 태어나기 이전의 상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죽음 이후에 돌아갈 영원한 집, 즉 천국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히 압니다. 천국이 없는 자는 등교하고, 출근하고, 여행하고, 휴가를 받았지만 돌아갈 집이 없는 자처럼 불행하고, 쓸쓸합니다.

 

나는 돌아갈 집이 있어서 행복합니다. 내가 돌아가도 철거되지 않은 벤츄라카운티장로교회가 여전히 그 자리에 그대로 있고, 더구나 여전히 반겨주는 부모가 있어서 나는 행복합니다. 지금도 사단은 주소를 착각하여 무엇이든 철거하려고 날뛰지만, 하나님께서 자신이 직접 세우신 교회를 지금까지 보존하시어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집을 마련하셨으니 정말 등교했다가, 출근했다가, 여행 갔다가, 군대 갔다가 설레는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이 집은 물론 우리 육신의 집은 철거될 것이므로, 우리는 이 집에서 우리가 장차 돌아갈 영원히 철거되지 않는 천국의 집을 마련해야 하는바, 여러분에게는 돌아갈 집이 있습니까? 돌아갔더니 집이 없더라? 이보다 황당한 일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