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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칼럼) 마지막 예배 (4/7)

패인초 2024. 4. 19. 04:24

마지막 예배

(2024.4.7. 조인 목사)


바야흐로 꽃이 만발하는 4월이 되었습니다. 2015419일에 카마리오 제일장로교회가 첫 예배를 드렸으니 교회를 개척한 지 올해 4월로 꼭 9년이 되었습니다. 젊은 시절 목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또한 실제 목회하면서 교회의 개척은 가정으로라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하나님께서 9년 전에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통해서 개척의 길로 인도하셨습니다. 처음에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고, 과연 요즘 시대에 한인도 많지 않은 지역에서 개척이 성공(?)할까에 대한 불안감도 컸지만, 돌이켜 보면 어차피 한번 목회하는 목사로서 이 땅에 하나님의 교회를 세울 수 있었다는 것은 성공 여부를 떠나 그 자체로 대단히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었음을 솔직히 고백합니다.

 

교회를 개척하는 장소를 카마리오로 정한 이유는 당시 이 지역에는 장로교회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교회의 이름을 정할 때 지인 목사님들은 대체로 두 가지 조언을 해줬는데, 첫 번째 조언은 교회의 이름에 장로교회라는 말을 넣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늘날 교회에서 장로들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기 때문에 교회의 이름에 장로교회가 들어가면 사람들은 이미 마음의 문을 닫는다는 것입니다. 또한 오늘날 교인들은 장로교, 감리교, 침례교 등과 같은 교단에는 관심이 없기 때문에 교회의 이름에 장로교회가 들어가면 교인들은 이미 배타적인 교회로 인식한다는 것입니다. 많은 교단 중에서도 특히 장로교회는 전통적이며 권위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탓도 있다고 그들은 덧붙였습니다.

 

지인들의 두 번째 조언은 교회의 이름에 지역의 이름을 넣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컨대, 카마리오시에 위치한 우리 교회의 이름에 카마리오를 넣으면 안 됩니다. 이유는 교회의 세계화(?) 때문입니다. 교회의 이름에 도시의 이름이 들어가면 교회가 유명해지는 일에 걸림돌이 됩니다. 그러므로 어차피 드넓은 미국에 사는 사람들은 작은 시골 도시의 이름을 말해도 어디에 있는 도시인지 알지도 못할뿐더러, 교회가 그 지역사회를 넘어 전국적으로, 혹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지려면 교회의 이름에 도시의 이름을 넣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미 유명한 대형교회의 이름을 사용해야 사람들은 개척 교회에 관심을 가지고, 한 번이라도 그 교회를 방문하게 된다는 것이 지인들의 대략적인 조언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조언을 무시하고 개척교회의 이름을 카마리오 제일장로교회라 정했습니다. 또한 교회의 홈페이지에는 우리 교회를 정통 개혁주의적 장로교회로 소개함으로써 우리 교회의 존재 목적은 단지 하나의 장로교회가 아닌 정통 개혁주의적 장로교회의 건설임을 명백히 밝혔습니다. 지난 9년 동안 우리 교회는 비록 유명하지는 않았을지라도 이 일을 위해 존재했고, 목사로서 저는 이 일을 위해 설교했고, 가르쳤고, 칼럼을 썼고, 기도했고, 전도했고, 심방했습니다. 이제 카마리오 제일장로교회는 오늘 마지막 예배를 드림으로써 그 사명을 다 마치지만, 역시 지역의 이름과 장로교회가 이름에 들어간 통합된 벤츄라카운티장로교회에서도 이러한 개혁교회의 역사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