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옷과 전가(轉嫁)
(2024.3.10. 조인 목사)
이탈리아의 토리노 대성당에는 예수님의 시신을 감쌌던 세마포 수의(壽衣)가 보관돼 있습니다. 이 수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신 후 아리마대 요셉이 그의 시신을 가져다가 자신의 동굴 무덤에 안장할 때 그의 시신을 감쌌던 것이며,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 일단의 여인들이 무덤에서 발견했던 것으로써, 이후 오랫동안 자취를 감추었다가 1354년에 발견된 이후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가로 약 4미터, 세로 약 1미터 길이의 이 성의(聖衣)는 예수님의 핏자국이 남아있으며, 특히 수의의 윗부분을 촬영한 결과 예수님의 얼굴 모양이 나타나 있다고 알려졌기에 해마다 전 세계의 수많은 카톨릭신자들은 이 성당을 방문하여 이 성물을 숭배하며, 그 앞에서 기도합니다.
그러나 이 수의는 가짜로 판명이 났습니다. 1988년 옥스퍼드 대학, 애리조나 대학, 스위스 연방 공과대학이 공동으로 수의의 미세 샘플을 입수해 방사성 탄소동위연대를 측정한 결과 수의의 옷감은 1260년부터 1390년 사이에 만들어진 직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또한 2018년 영국 리버풀 존무어스 대학과 이탈리아의 파비아 대학의 공동연구는 이 수의에 있는 핏자국의 절반은 십자가에 못 박히거나 사망 후 시신을 감쌌던 경우에 형성될 수 있는 자국이 아니기에 가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수의가 진짜 예수님의 수의라는 주장도 여럿 있지만 아직 결정적인 증거는 없는 듯합니다. 한편 조지아의 스베티츠호벨리 대성당에도 예수님의 성의가 묻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12년 동안 혈루증을 앓던 한 여인이 수많은 무리의 틈을 비집고 가서 예수님의 뒤에서 그의 옷을 만졌습니다. 12년 동안 온갖 의술을 동원했음에도 재산만 허비했을 뿐 오히려 병세가 더 악화하였던 상태에서 예수님의 옷을 붙잡자마자 그녀의 고질병은 깨끗이 치유되었습니다.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것입니까? 마가는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기록했습니다. “예수께서 그 능력이 자기에게서 나간 줄을 곧 스스로 아시고 무리 가운데 돌이켜 말씀하시되 누가 내 옷에 손을 대었느냐.”(막5:30) 예수님의 옷에는 어떤 신비한 치유의 능력이 있었던 것일까요? 예수님은 치유 받은 여인에게 이렇게 말씀했습니다.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네 병에서 놓여 건강할지어다.”(막5:34)
구약성경에 의하면, 혈루증은 하나님으로부터 저주를 받은 일종의 전염병이기에 여인이 예수님의 옷을 만졌을 때 예수님은 저주받아 부정한 자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반대로 여인이 깨끗이 치유된 이유는 예수님의 능력이 그녀에게 전염되었기 때문입니다. 즉 이 여인의 구원은 그녀의 저주가 예수님께 전가되었고, 예수님의 의가 그녀에게 전가된 결과입니다. 이러한 이중전가(二重轉嫁. double imuptation)가 가능한 이유는 예수님의 옷 자체에 신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예수님 자신이 우리의 죗값을 치르신 우리의 대속물이시기 때문이므로(막10:45)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은 우리가 굳이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까지 가서 예수님의 옷을 보거나 만지면서 기도하는 것은 다 쓸데없는 일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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