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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칼럼) 성찬의 신비 (1/14)

패인초 2024. 4. 11. 13:37

성찬의 신비

(2024.1.14. 조인 목사)


예수 그리스도께서 직접 제정하신 성찬은 그를 믿음으로 구원받은 성도가 그의 몸과 피를 상징하는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심으로써 실제 그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시는 행위입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교회는 성찬을 거룩한 신비라고 이해했는데, 성찬을 받을 때 정말 어떤 신비한 일이 일어나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습니다. 신비한 일과 관련하여 종교개혁자들이 성찬에 대해 벌인 논쟁의 핵심은 승천하신 그리스도의 몸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이 땅에서 성찬을 받을 때 실제 우리는 어떻게 승천하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먹고 마실 수 있습니까? 신비한 일이란 떡과 포도주를 먹고 마실 때 우리가 실제 땅으로 내려오신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맛보는 것을 의미할까요?

 

17세기에 작성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는 우리가 성찬을 받을 때 발생하지 않는 일이 무엇인지에 먼저 관심을 보였습니다. 즉 신앙고백서는 떡과 포도주가 실제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변하는 실체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했습니다. 로마카톨릭교회는 사제가 성찬의 떡과 포도주를 성별하여 기도할 때 그 떡과 포도주가 실제 그리스도의 몸과 피로 바뀐다는 소위 화체설(化體說. transubstantiation)을 믿습니다. 그러므로 승천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육체는 성찬의 시간을 통해서 실제 지금 이곳에 육체로 존재하며, 성도는 실제로 지금 눈앞에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몸과 피를 맛봅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자들은 화체와 같은 신비한 일을 거부했습니다. 신앙고백서에 의하면, 화체설은 성경의 가르침은 물론, 인간의 상식과 이성에도 어긋나며, 심지어 미신과 우상숭배의 원인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9:6) 또한 성찬의 외형적 요소인 떡과 포도주가 그리스도를 지시하기는 하지만 양자의 관계는 물리적이지 않고 상징적이므로 목사가 성별하여 기도할지라도 떡과 포도주는 여전히 떡과 포도주일 뿐 그리스도의 육체로 변하지 않습니다. 승천하신 그리스도의 육체는 여전히 하늘에 있으며, 다만 그가 영적으로 임재하시므로 성찬을 통해서 그리스도를 먹고 마시는 방법은 물리적이지 않고 영적입니다. 그러므로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서를 따르는 장로교회는 성찬에 관한 한 화체설, 공재설, 기념설 등이 아닌 영적 임재설(靈的 臨在說. spiritual presence)을 따릅니다.

 

영적이라 함은 성령께서 우리의 마음에 그리스도의 죽음에 대한 믿음을 발생시키신다는 뜻입니다. 그러나 성찬이 최초의 믿음을 발생시키는 수단은 아니며, 다만 우리의 마음에 최초의 믿음을 발생시키신 성령께서 성찬을 통해서 그 믿음을 더욱 견고하게 하십니다. 그러므로 성찬은 단지 물리적인 떡과 포도주가 아니라 실제 영적으로 그리스도를 먹고 마시는 행위이므로 이미 그리스도를 믿는 자가 그 믿음으로 성찬을 받을 때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은 반드시 성장합니다. 믿음의 성장이란 영적으로 예수 그리스도를 먹고 마심으로써 영이 배불러 그리스도를 위해 살려고 애쓰는 현상을 뜻하는바, 이러한 그리스도의 영적 임재와 우리 믿음의 성장이야말로 성찬을 통해서 발생하는 진짜 신비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