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리와 지도
(2025.4.27. 조인 목사)
우리가 매직마운틴, 디즈니랜드, 씨월드 등과 같은 놀이공원에 갔을 때 입구에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체 지도가 그려진 대형 간판과 역시 전체 지도가 그려진 종이 안내문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선 지도를 보면서 어디에 어떤 놀이기구가 있고, 어느 지점에 어떤 볼거리가 있는지, 식당과 화장실은 어디인지 대충 파악한 후에 돌아다닐 순서를 정합니다. 그러나 입구에서 지도를 한번 본 것으로 놀이공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습니다.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내내 손에 지도가 있어야 문을 닫기 전에 최대한 많은 것을 타고, 구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간이 정해져 있는 공연의 경우에는 지도를 보면서 수시로 시간을 확인해야 합니다.
교리(敎理. doctrine)는 일종의 지도입니다. 지도가 공원의 전체적인 위치와 방향, 놀거리와 볼거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돕듯이, 교리는 성경의 전체적인 주제와 목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돕는 지도입니다. 지도가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원에서 놀 수 있듯이, 교리가 있으면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성경의 주제를 더 빠르고, 더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지도가 있으면 공원에서 길을 잃지 않고, 설령 잃더라도 금방 길을 찾을 수 있듯이, 교리가 있으면 성경을 읽다가 길을 잃지 않고, 설령 잃더라도 금방 바른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도가 놀이공원 자체는 아니듯이, 교리가 성경 자체는 아닙니다.
누구나 성경을 이해할 수 있다는 성경의 명확성(clarity of Scripture)을 인정할지라도 성경을 혼자의 힘으로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성도라면 누구나 성경을 읽고, 그 뜻을 이해할 수 있지만, 성경의 어떤 부분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기에 지도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우리에게 최고의 지도는 성령님이십니다. 성경의 1차 저자이신 성령님이야말로 우리가 성경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우시는 지도입니다. 성경해석은 단지 단어와 문장해석에 대한 우리의 능력이 아니라 오직 성령님의 조명하심(照明. illumination)에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성령님은 믿음의 선배들을 통해서 교리라는 지도를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우리가 수백 년 전에 만들어진 벨직신앙고백, 도르트신경, 하이델베르크요리문답, 웨스트민스터신앙고백과 같은 교리(문답)를 오늘날 공부하는 이유는 오래된 교리일수록 종교개혁자들과 사도들의 가르침, 무엇보다 예수님의 가르침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구글 지도는 최신판일수록 더 정확하지만, 교리는 오래된 것일수록 더 성경에 가까우므로 더 순수하고, 더 정확합니다. 온갖 이단과 사이비가 판을 치는 요즘 세상에서 역사적 정통교리를 무시하는 것은 마치 비싼 돈을 주고 입장한 놀이공원에서 재밌게 놀지 못하고 집에 돌아오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나 놀이공원에 가서 지도만 보다가 오는 바보는 없습니다. 교리는 지도일 뿐입니다. ♥
'미디어 | Media > 담임목사칼럼 | Pastor 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담임목사주보칼럼) 신앙고백서와 성찬 (4/20) (0) | 2025.04.20 |
---|---|
(담임목사주보칼럼) 믿음은 동사입니다 (4/13) (0) | 2025.04.13 |
(담임목사주보칼럼 ) 사순절이 40일인 이유 (4/6) (1) | 2025.04.06 |
(담임목사주보칼럼) 신정론과 회개 (3/30) (0) | 2025.03.30 |
(담임목사주보칼럼 ) 모든 종교가 똑같다? (3/23) (0) | 2025.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