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집
(2024.8.11. 조인 목사)
예전 한국에서는 ‘꼬리에 꼬리는 무는 영어’라는 영어학습책이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최근에는 개정판, 주어니판, 그림판 등 다양한 버전의 ‘꼬리에 꼬리는 무는 영어’가 인기인데, 책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한 단어와 개념 등을 설명하면서 그와 관련된 다른 단어와 개념을 꼬리가 꼬리를 물 듯 연결하여 쉼 없이 설명하기에 오래전 대학생 시절에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다니면서 고전판(?)으로 영어를 흥미롭게 공부했던 때가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또한 당시에 쌍둥이 책인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자’로 한자와 사자성어 등도 공부했는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설명하는 방식이 궁금하여 지금 다시 한번 확인하고 싶지만 언제 어디에서 내 책장에서 사라졌는지 지금은 이 책들이 없어서 아쉽기만 합니다.
한국에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발생한 각종 의문 사건과 사고,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의 경험을 서로 다른 출연자들이 자기의 시각으로 설명하고 해석하는 이 프로그램의 내용을 보면 정말 인간이 경험하는 모든 일은 한 가지 일만 독자적으로 발생하지 않고 꼬리에 꼬리는 무는 식의 현상이 연속적으로 발생함을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사는 오늘 하루는 오늘 하루만 독자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어제의 연속이며, 내일로 이어진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우리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인생을 삽니다. 오늘은 어제의 결과이며 동시에 내일의 원인입니다.
남 유다 왕국은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한 죗값으로 바벨론 제국에 의해 멸망했으며, 왕과 수많은 백성이 벨론에 포로로 끌려갔습니다. 또한 수많은 백성이 또 다른 강대국인 애굽으로 도망갔는데, 예레미야 선지자는 애굽행은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고 말렸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예레미야도 애굽으로 갔는데, 그는 도망가거나 끌려간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전하기 위해 갔습니다. 애굽에 간 유다 백성은 그들의 나라가 우상숭배의 죄로 인해 하나님의 심판을 받아 멸망했음에도 회개는커녕 오히려 다시 옛날에 섬기던 하늘 여신을 섬겼습니다(렘44:17). 유다 백성의 이런 행태를 이미 아신 하나님이 예레미야 선지자를 애굽에 보내어 그들의 회개를 촉구했지만, 쇠귀에 경 읽기였습니다.
하나님은 이런 유다 백성에 대해 고집이 세다고 책망하셨습니다. “내가 또 애굽 땅에 우거하기로 고집하고 그리로 들어간 유다의 남은 자들을 취하리니 그들이 다 멸망하여 애굽 땅에서 엎드러질 것이라.”(렘44:12) 그러나 유다 백성의 고집은 한 번의 고집이 아니라 고집이 또 다른 고집과 더 큰 고집을 낳는 고집이었습니다. 그들은 자기 나라에서도 우상숭배를 고집했고, 하나님의 뜻을 거슬러 애굽으로 도망가기를 고집했고, 심지어 애굽에 가서도 우상숭배를 고집했으니, 그들의 고집은 그야말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고집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은 한 번의 독자적인 고집만으로는 심판하시지 않고 고집이 꼬리가 꼬리를 물 때마다 회개의 기회를 주시되 그 기회조차 무시하기로 고집하는 자를 심판하십니다. 영어와 한자 공부도 중요하지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내 고집부터 먼저 회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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