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 Media/담임목사칼럼 | Pastor Column

(담임목사주보칼럼) 종교에 관한 거짓말 (8/4)

패인초 2024. 8. 4. 08:47

종교에 관한 거짓말

(2024.8.4. 조인 목사)


 

대학을 졸업하고 고시를 공부하던 한 청년이 해인사 백련암에 친구를 만나러 갔다가 한 스님을 만나 그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스님, 좌우명을 하나 지어 주십시오.” 스님이 대답 대신 청년에게 부처님께 만 배를 올리라고 말했고, 청년은 만 배를 시작했으나 삼천 배를 마쳤을 때 녹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때 스님이 청년에게 경상도 사투리로 속이지 말그래이.”라고 말하자 대단한 좌우명을 기대했던 청년은 실망했고, 스님은 실망한 청년에게 대뜸 ? 좌우명이 그래 무겁나? 무겁거든 내려놓고 가거라.”라고 말하고 가버렸습니다. 그러나 스님의 말에 감명을 받은 청년은 그 길로 머리를 깎고 출가했으니 그가 곧 자기에게 그렇게 말한 성철 스님을 20년 동안 곁에서 모셨던 원택 스님입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는 화두로 유명한 성철 스님(1912-1993)의 또 다른 화두는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말라는 불기자심(不欺自心)입니다. 성철은 불기지심을 위해 오래도록 앉아서 눕지 않는다는 소위 장좌불와(長坐不臥)의 수행을 무려 8년간 지속함으로써 실제 자기의 마음을 속이지 않고 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성철을 유명하게 만든 사상은 단번에 진리를 깨우쳐 더 이상 수행할 것이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뜻의 '돈오돈수'(頓悟頓修)인데, 그가 왜 불기지심을 단번에 깨닫지 못하고 무려 8년간 수행하고 깨달았는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8년이든 10년이든 기간만 다를 뿐 누구나 부단히 수행하기만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단번에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이 온다고 이해해야 할까요?

 

하나님은 유다 왕국의 마지막 왕이었던 시드기야에게 스스로 속이지 말라고 말씀했습니다. “나 여호와가 이같이 말하노라 너희는 스스로 속여 말하기를 갈대아인이 반드시 우리를 떠나리라 하지 말라 그들이 떠나지 아니하리라.”(37:9) 시드기야는 바벨론 왕에게 항복하고 죗값을 치르라는 하나님의 말씀을 무시하고 유다 왕국이 평안할 것이라고 믿었던바, 이러한 자기도취가 스스로 속이는 일입니다. 시드기야 왕처럼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물론, 세상의 주관자이신 하나님의 뜻에는 전혀 관심이 없고 오직 자기 생각으로만 나라를 다스리는 이러한 자아도취가 곧 스스로 속이는 일입니다. 시드기야 왕은 자기가 자기를 속였지만, 자기가 자기에게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습니다.

 

많은 사람이 성철의 불기지심을 언급할 때 성경을 인용합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만홀히 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6:7) 그러나 성경과 불경에 하나님의 일반은총에 대한 공통적 진리가 있다고 해서 성경과 불경이 같은 종류의 책이라든가, 석가와 예수가 동등한 성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스스로 속이는 일입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를 믿지 않았던 성철이 온갖 철학책과 성경까지 읽었다는 이유로 참 진리를 깨닫고 구원받았다고 주장하는 것도 스스로 속이는 일입니다. 그리고 기독교의 구원을 장좌불와와 돈오돈수의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기독교를 믿음의 종교가 아니라 수행의 종교로 전락시키는 스스로 속이고, 속는 거짓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