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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임목사주보칼럼 (6/9)

패인초 2024. 6. 9. 09:42

산으로 가는 교회

(2024.6.9. 조인 목사)


 

"이런 말 하기는 뭐 하지만 우리 아버지께서 교회에 너무 심하게 빠졌습니다. 친척들도 다 우리 아버지를 싫어하는데, 이거 고치는 법 없을까요? 정말 괴롭습니다. 밤마다 말도 안 되는 설교를 듣는 우리 아버지가 너무너무 불쌍합니다. 그리고 말도 안 되는 설교를 하면서 헌금이나 거둬가는 교회가 너무 밉습니다. 우리 아버지를 교회에서 벗어나게 하는 법 아시는 분, 제발 좀 가르쳐주세요. 꼭 좀 부탁합니다." 이 글을 보고 어떤 사람이 다음과 같은 답변을 남겼습니다. "당신의 아버지께서 교회에 빠지다니 당신은 참으로 행운아입니다. 저희 아버지는 불교에 빠져서 지금까지 일 년이 넘도록 산에서 안 내려오십니다. 당신의 아버지께서 교회에 빠진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비록 실제의 상황은 아니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유머이지만 종교에 대한 잘못된 열심에 대해 생각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교회에 빠진 아버지의 열심이 잘못인지, 그 아버지를 교회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아들의 열심이 잘못인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또한 아버지가 정말 비정상적인 교회에 빠진 것인지, 혹은 정상적인 교회에 빠졌을지라도 아들이 아버지를 무조건 비정상적으로 바라보는 것인지도 아무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단에 빠진 자들의 잘못된 열심을 비판하지만, 그들은 오히려 정상적인 우리가 비정상적이라고 비판하는데, 과연 누구의 열심이 진짜 하나님을 위한 열심입니까? 무슨 일이든지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무엇을 위한 열심인지 모르는 맹목적인 열심은 오히려 역효과를 낳습니다.

 

사울이라는 청년은 하나님을 위해 매우 열심히 살았습니다. 정통 유대인이었던 그는 예수를 믿는 자들을 잡아들이고, 기독교를 몰살시키는 것이 그의 인생에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최고의 일이었습니다. “사울이 주의 제자들을 대하여 여전히 위협과 살기가 등등하여 대제사장에게 가서.”(9:1) 그러나 등등하다숨을 쉰다는 뜻인바, 호흡조차 거칠 정도로 기독교인들에 대한 증오로 충만했던 사울은 그들을 체포하기 위해 다메섹으로 향하던 중에 극적으로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났으며, 그 결과 그의 열심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다는 측면에서는 동일했지만, 회심한 사울의 열심은 기독교의 몰살에서 오히려 기독교를 부흥케 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습니다.

 

훗날 바울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내가 전에는 훼방자요 핍박자요 포행자이었으나 도리어 긍휼을 입은 것은 내가 믿지 아니할 때에 알지 못하고 행하였음이라.”(딤전1:13) 바울은 과거의 잘못된 열심은 그의 무지 때문이며, 그의 무지는 예수님에 대한 믿음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고백했습니다. 아버지가 무지하고 믿음이 없는 것인지, 아들이 무지하고 믿음이 없는 것인지는 하나님만 아시지만 잘못된 열심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습니다. 잘못된 종교적 열심이 아버지를 산으로 이끌듯이, 똑같이 하나님을 믿고, 똑같이 열심을 낼지라도 진짜 예수님을 만나지 못한 사람들의 열심은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가듯이 구원의 방주인 교회를 산으로 이끕니다. 여러분은 지금 어떤 일에 열심이십니까?